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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Movie

피해자를 위한 배려따윈 없는 세상. 천우희의 '한공주'

by 리먼 2015. 4. 14.

피해자를 위한 배려따윈 없는 세상


배우 천우희의 '한공주'



배우 천우희의 명품 연기가 빛나던 영화

'한공주'


내가 잘 모르는 영화제지만 영화제에서도 많은 상을 수상하였다.


이 영화는 얼마나 우리 한국 사회가

무심하고 이기적인지를 한공주를 통해 보여준다.



집단성폭행의 피해자인 한공주.

피해자지만 모든 것들에 쫓겨 도망다닌다.



자신을 강간한 학생들을 피해 전학을 가고,

좋아하는 음악으로부터, 새롭게 다가오는 친구들로부터 도망간다.



왜냐면 공주도 살고 싶었으니까.

자신이 할 수 있는 다른 선택은 없었으니까.



잘못한 것 하나 없지만,

전학을 받아달라고 부탁하고

집에 머물 수 있게 해 달라고 부탁하고

자신을 쫓아오지 말라고 부탁한다.



살고 싶어서 부탁했고 수영도 배웠다.

다시 살고 싶어질 지도 모르니까.



하지만 세상은 아무힘도 없고,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하는 공주를

자신들의 안위를 위해 물어뜯어간다.




 

1987년 올해나이 28살의 천우희


꽤 늦은 나이에 얼굴을 알리고 있는 배우.

그만큼 농익었기에 신인이지만 매우 공감되고 절제된 연기를 펼친다.


'우아한 거짓말'에서 천지를 죽게만든 계기 중 하나인 미라의 언니역으로

천지와 천지의 가족에 대한 미안함과 동생인 미라를 지켜야하는 언니로서의

절규와 고통을 동시에 표현하는 이를 악물고 흐느껴 우는 장면에서는

정말 보는 나도 너무 괴로웠다.


'한공주'에서도 잘못한 것 하나 없지만, 집단성폭행 피해자로서

차별적인 사람들의 시선과 대우를 담담히 받아들이며

기댈 아무도 없이, 혼자서 사회를 대상으로 버텨나가는

여고생 한공주 역을 너무나 공감되게 소화하였다.


영화에서는 집단성폭행 전과 후의 일이 번갈아가며 나오는대

그 미묘하게 변화된 공주의 캐릭터를 너무나 정교하고 묘사해주어

아무런 효과(흑백이라든지) 없이도

목소리 톤 하나 만으로 지금이 과거인지 현재인지 알 수 있었다.


그만큼 디테일이 뛰어난 연기를 보여준 천우희


앞으로 뭔가 정유미 같은 개성있는 연기파 배우가 되지 않을까 한다.

이쁘다기보다는 감정이 얼굴에 잘 드러나는 배우



이 영화는 밀양 여중생 집단성폭행사건을 배경으로 한다고 한다.

난 이 영화를 보면서 고려대 의대생 성폭행 사건이 생각났다.


MT를 가서 술에 취한 여학생을 강제로 범한 사건.

그리고 가해자의 부모들은 성폭행 하는 장면을 촬영까지 한 자신의 아이들을 위해

여학생이 남학생들을 꼬셔냈다는 방향으로 사건의 본질을 바꾸기 위해 서명운동을 하였다.

이렇게 어렵게 공부한 학생들이 그런 실수로 인생을 망쳐서는 되겠냐며..


이건 비단 잘못된 모성애를 가지고 있는 몇몇 학부모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는 급속성장을 위해 무한 경쟁을 해왔고, 상위 10%, 아니 1%의 승자 독식을

패자도 인정하는 이상한 문화구조가 구축되어 있다.


그렇기에 기득권은 자신의 힘을 이용해 더욱 권세를 튼튼히하며

그들의 받침대로 이용되는 비기득권은 기득권을 욕하지만,

결국은 자신도 기득권이 되고 싶을 뿐이다.


우리 부모님만 해도 그렇다.

저렇게 열심히 공부한 애들인데 출교시키는 것은 좀 그렇지 않냐고.


공부를 잘해서 대기업에 다니거나, 의사/판사가 되거나,

돈이 많거나, 회사를 운영하면

훌륭한 사람.


이게 한국사람의 사고방식이다.


그 들이 사회를 위해, 자신을 위해 무엇을 하였는지는 상관없이

나보다 가진것이 많으면 훌륭한 사람이다.

다른 말로는 동경의 대상이 되겠다.


난 이러한  한국사람의 사고방식이 한국의 성장동력이기도 한

어떻게든 남보다 나아야겠다는 이기심에서 출발하였다고 생각한다.

남보다 잘살기 위해 열심히 일하다보니 가족간의 정에 소홀해진다.

아이는 부족한 정을 다른 방향으로 채워가고 다른 방향으로 채워간 악행의 대가를

부모는 인정하지 않고 다른 대상을 찾아간다.

우리의 발판이 되어 줄 약자를.


그렇게 어른이 된 아이는 자신이 보고 배워온 대로

자신을 위한 발판을 찾아간다.


나, 가족, 우리를 위해서는 남의 불행따윈 알바 아냐.

밟아버리면 되지. Winner take it all. 처럼


성폭행 가해자의 어머니가 자신의 아이의 미래를 위해 피해자를 마녀로 만드는 것이 일반적인 대한민국.

비기득권이 되어 당할 고통을 알고 있기에, 아이를 어떻게든 발판이 될 것을 찾아 기득권으로 만들려 한다.


우리 모두 좀 더 떳떳하게 살아갈 수 없을까?

많은 것을 밟고 올라서지 못했어도, 떳떳하게 살 수 있지 않아?

잘못한 건 괴롭겠지만 진심으로 반성하고 말야.


집값 떨어진다고 자살한 아이의 가족을 쫓아내고,

아이 시신이라도 찾아달라는 가족들에게 자신의 체면을 위해 가로막는

그럴 때 기득권을 쓰는 게 아니자나?!



제발 자신의 아이들이 살기 좋은 대한민국을 만들려면

자신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한 번만 돌이켜봐.



돈과 체면이 아이보다 소중하진 않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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