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Review/Movie

기성세대의 틀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청춘, 졸업

by 리먼 2019. 11. 12.

기성세대의 틀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청춘의 #졸업

결혼식장에서 신부를 데리고 뛰어나가는 남자. 그들은 버스를 타고 사랑의 도피를 한다.

나는 이 영화가 유명한 청춘 멜로 영화인 줄 알았다. 이 장면이 너무 유명했기에.

#부산국제영화제 에서 기회가 닿아 이 영화를 보게 되었다. 보니까 무려 1967년 개봉작.

지금도 연기력하면 두말할 것 없는 #더스틴호프만 이 주연 벤자민으로 나온다.

벤자민의 집안은 수영장이 딸린 집에 사는, 그렇다고 대부호 까지는 아닌 평범한 상류층 가정이다. 상류층 이웃들과 즐겁게 파티를 하고 가식적인 웃음을 짓고 틀에 맞춰 사는.

엘리트 모범생이자 그런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며 살아왔던 벤자민은 졸업을 앞두고 있다. 벤의 찬란하고 유망한 미래에 이미 박수를 보내고 있지만.. 벤은 그런 상황이 모래가 씹히듯 껄끄럽다.

졸업 후 어른이 되어야 하는 나이. 자립하여 스스로의 길을 찾고 자신의 삶을 살아가야 할 때지만, 벤자민에게는 선택권이 없다.
사람들은 벤의 고뇌에 관심이 없다. 벤자민은 아버지에게 자신의 고민에 대해 대화를 하고 싶지만 아버지는 아들의 미래에 대한 축하에 여념이 없다.

벤자민은 자신이 어항 속 물고기 같다고 생각한다. 아름다운 수조 속에 갇혀 사는 물고기. 탈출구는 어디에도 없는 창조주의 손만 바라보며 사각형의 세계에서 살아가야 하는 물고기.

실제로 영화 속에서 아버지에게 생일 선물로 스쿠버다이징 슈트와 작살을 받아 가족들 앞에서 축하 쇼로 수영장에 잠수한다. 이 때 물 밑에서 물 위의 사람들을 바라보는 벤의 시선. 희망을 잃은 벤의 눈과 반대로 사람들은 벤을 보며 박수를 치고 있다.

스스로 생각해 본 적도, 무언가를 찾아본 적도 없던 벤에게 다가온 이웃의 아줌마 로빈슨.

로빈슨은 계획적으로 벤을 유혹하기 시작한다. 아마 벤의 젊음과 청춘, 무엇보다 기득권의 사회에 아직 들어가기 전의 순수함이 그리웠나보다. 옛날 자신이 그랬듯이.

어른이 되고 싶던 벤에게 이웃집 유부녀의 유혹은 달콤했다. 또한 어항에서 벗어나고 싶던 벤에게 로빈슨과의 불륜은 자신이 현재 할 수 있는 유일한 일탈이였다.

시간이 조금씩 지나면서 벤자민은 알게되었다. 이 일탈은 사실 자신이 그렇게 껄끄러워 하던 기득권이 되는 과정이였다는 것을.

그러던 어느날 로빈슨의 딸 엘레인이 집에 돌아온다. 모든 이들의 이 젊은 선남선녀가 사랑으로 이루어지길 바란다. 로빈슨만 빼고.

벤자민은 부모의 손에 밀려 억지로 엘레인과 데이트를 하지만 일부러 엘레인에게 상처를 준다. 자신의 뜻이 아닌 부모의 설계 속 사랑이 하고 싶지 않았다.

상처받은 일레인에게 미안해진 벤자민은 가면을 벗어던지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서로에게 보이며 사랑에 빠져든다.

하지만 로빈슨의 질투에 엘레인은 벤자민과 로빈슨의 관계를 알게되고, 엘레인은 벤자민의 진솔한 청춘의 매력에 끌리지만 다른 남자를 선택한다. 기득권에 대한 반항보다는 틀에 맞춰 사는 삶을 선택한 것이다.

하지만 벤은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청춘을 온몸으로 부딪히며 엘레인을 되찾고자 한다. 그것이 자신이 스스로 쟁취한 자신의 삶이기에.

그렇게 기득권으로 가득찬 결혼식장에서 벤자민은 엘레인의 손을 잡고 도망친다. 그리고 어디로 가는지 모를 버스에 오른 둘은 멍하니 허공을 쳐다본다.

청춘 로맨스인줄 알고 봤던 이 영화의 메시지에 소름이 돋았다. 기득권에 순종하고 싶지 않았던 청춘의 이야기라니.

마지막 버스에서 그 둘의 표정을 보면, 만족감보다는 앞으로의 불안이 훨씬 앞서있다. 기득권의 보호아래 안정된 삶을 살아온 이제 막 성인이 된 그들에게.. 아무 보호장치가 없는 삶은 막막하고 두려울 뿐이다.

그래서 이 영화가 너무 좋았다.

'Review > Movie' 카테고리의 다른 글

눈과 함께 떠난 그에 대한 그리움 #러브레터  (0) 2019.12.29
오베라는 남자  (0) 2019.12.20
미드. 체르노빌  (0) 2019.11.10
경계선  (0) 2019.11.03
내 이름은 칸  (0) 2019.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