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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Movie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

by 리먼 2019. 2. 16.

중국에서 떨어져 나온 대만의 미래들  #고령가소년살인사건

4시간에서 3분 모자란 237분의 러닝타임. 설레임과 감성이 있을 줄 알았던 포스터와 예고편과는 다르게
#뉴웨이브 식 극사실주의 연출이 주는 단조로움과 따분함. 사랑도 이용하는 세력다툼과 자리잡기에 미친 아이들의 삶. 캐릭터에 대한 집중보단 불친절하게 나열된 캐릭터간의 복잡한 관계들.

위대한 작품으로 칭송받지만, 보고 즐기기 쉽지 않은 영화였다. 아마 영화 좋아하는 많은 이들도 동감할 듯.

하지만 마지막 30분에 나는 이 영화가 왜 명작으로 회자되는지 얼핏 느꼈다.

2차 세계대전 종료 후, 마오쩌둥의 공산당에게 밀려 타이완 섬으로 이동한 장개석과 공화당. 그리고 함께 이동한 국민들.

1960년대의 대만은 중국과의 긴장상태가 조금은 완화된 안정기에 접어들기도 했지만, 여전히 그들은 떠나온 고향인 중국과 현재 살고있는 대만 중 어디곳에 정체성을 가져야 할 지 혼란스러운 상태였다.

대만으로 이동해 온 그들은 그토록 적대해왔던 일본의 가옥에서 살며, 공산화된 중국의 경쟁세력인 미국의 문화와 세력 내에서 살아간다.

그런 미묘하고 아이러니한 대만의 치열한 자리잡기 중의 혼란을 실제로 일어난 아이들의 사건을 통해 보여준 영화라고 생각한다.

딱히 어디에도 소속되고 싶지 않았던 샤오쓰 #장첸

누군가의 사랑과 힘과 미래에 기대고픈 밍 #양정이

샤오쓰는 처음에는 밍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으려 했다. 굳이 소공원파 리더를 상대로 여자를  쟁취하고 싶지도, 할 자신도 없다.
아무리 리더가 부재중이라 할지라도.

돌아온 소공원파 리더가 경쟁세력인 217파에게 죽임을 당한 후, 샤오쓰는 그래도 학교 선배인 리더의 형식적인 복수를 하고는 당당히 밍을 차지한다.

하지만 샤오쓰에겐 힘도 미래도 없다. 다만 밍을 위한 마음과 지지 않겠다는 악다구만 있을 뿐.

샤오쓰가 밍의 옆에 있을 수 없을 때. 밍이 힘과 미래를 가진, 그것도 기존의 물리적인 힘과는 다른 안정감을 갖춘 권력과 함께 하는 모습에 샤오쓰는 좌절했다.

하지만 샤오쓰는 할 수 있는게 없었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자신의 아픔을 그녀에게도 느끼게 하는 것. 그리고 그녀가 더 달라지기 전에 죽음으로 멈추게 하는 것 밖에는.

권력을 지닌 그리고 샤오쓰를 좋아하는 친구의 집에 갔을 때 밍이 실수로 샤오쓰에게 총을 쏘게 된다. 다행히 빗나갔지만, 그녀는 빙긋 웃으며 장난스럽게 총구를 샤오쓰에게 정확히 겨눴었다.

마치 이제까지 무식한 힘에 의존했던 과거를 지워버리고, 이 안정적인 권력과 함께 사이좋게 미래를 나아가고 싶은 듯이.

권력을 지녔지만 샤오쓰를 좋아하는 친구는 서구세력. 샤오쓰는 지금은 타이완 섬에 있지만 한때 대륙을 호령했던 중국의 자존심. 밍은 자신들의 자존심과 정체성보다는 생존을 위해 힘에 기대는 기회주의적인 대만의 모습.

샤오쓰가 어디에도 속하지 않았지만 만만히 보면 안된다는 친구의 말처럼, 대만도 중국에도 서구세력에도 기대지 않고 자신만의 정체성을 구축하여 당당하게 나아가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건 서구세력에 기댈 수 밖에 없었고, 그로인해 사라져가는 그들의 정체성에 혼란스러웠다.

그래서 샤오쓰는 밍을 찌를 수 밖에 없었다.
자신의 모습이 너무 부끄러워서.
또는 함께 사라지자고.

퇴학당해 학교를 가지 않아도 되는 샤오쓰는 여전히 교복을 입고 돌아다닌다. 마지막 남은 정체성만은 지키겠다는 듯이.

그리고 마지막으로 밍을 만나러 가기 전 샤오쓰는 일본식 게다를 신고 돌아다녔다. 사실 나도 쓸데없는 자존심보다 힘에 기대고 싶었다는 듯이

#에드위드양 #대만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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