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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Movie

이월

by 리먼 2019. 2. 3.

민경의 겨울은 언제 끝날까? #이월

잎이 다 떨어진 채 추운 겨울 바람을 맞는 나뭇가지처럼 민경에게 삶은 뼈가 아릴듯이 매섭고 무자비하다.

아버지는 민경에게 집대신 빚만 남겨둔 채 교도소에 들어가있고, 집은 월세를 내지 못해 도둑고양이처럼 살금 방문한다.

잠시 작업이 멈춘 건설현장의 냉기 가득한 컨테이너만이 민경이 잠시 몸 눕힐수 있는 공간이었다.

민경은 이 지옥같은 현실에서 어떻해서든 탈출하고 싶었고 살아남고 싶었다.

도둑고양이처럼 손에 닿는대로 훔치고, 배고프면 집어먹었다. 여자인 몸을 활용해 돈을 모았고, 친구의 아픔마저 이용하면서 민경은 생존했다.

그런 민경이 유일하게 바랄 수 있는 건 공무원 합격 뿐이다. 합격한다고 자신의 미래가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민경도 알고 있지만.

민경은 삶에 지친 고양이가 따뜻한 햇살이 내리쬐는 지붕에서 쉬듯이 자신이 기댈 친구를 찾아간다.

친구는 민경이 반갑다. 우울증에 걸린 자신보다 민경이 더 불쌍해보여서. 그래서 민경과 함께하고 싶다.

민경은 여유롭게 자살시도나 하는 친구가 부럽다. 그리고 한심하다. 저 자리가 나의 자리였다면 저리 한심하게 살지 않을텐데.

민경은 다시 컨테이너로 돌아왔다. 그리고 자신의 몸을 사던 아저씨에게 주워졌다.

아저씨는 민경이 애처롭고 불쌍하다. 그리고 자신도 외롭고 불쌍하다. 그래서 아저씨는 민경에게 자신의 집에 기대어 있으라고 한다.

외로운 아저씨와 따뜻한 집이 필요한 민경. 그렇게 민경은 아저씨와 한집에서 살아간다. 자신을 아줌마라고 부를지 누나라 부를지 엄마라 부를지  애매한 아저씨의 아들과 함께.

민경은 아저씨와 아들의 집에서 조금씩 편안해져간다. 인강을 들으며 공무원 시험을  대비하며, 아들과 밥을 같이 먹으며, 아저씨와 잠자리를 가지며.

아저씨도 민경도 아들도 이 오묘한 관계가 행복했다. 외로웠으므로. 언젠가 깨어질 위태로운 관계임을 서로 알고 있었지만 언제까지 이어지길 막연히 바랬다.

산산조각난 파편을 뒤로하고 민경은 다시 희망도 미래도 없이 냉기만 가득한 이월의 컨테이너로 돌아왔다.

민경은 아마 앞으로도 어떻게든 살아갈 것이다. 도둑고양이 마냥 모든 수단을  활용해서 살아남을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자신이 기댈곳을 찾아낼 것 이다. 찾아내지 못한다면 만들어 낼 것이다.
생존이 죽음보다 힘들더라도 민경은 삶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행복해보지도 못한 채  삶이 끝난다는건 민경에게 너무 억울한 일이다. 그렇기에 민경은 아무리 힘들어도 행복할 때 까지 삶을 버텨나갈 것이다.

나에게 있어 #영화이월 은 여전히 춥고 매섭지만, 언젠가 다가올 봄을 기다리고 버텨내는 한 사람의 이야기였다.

그만큼 가혹했고, 그만큼 절박했고, 그만큼 좋았다.

캐릭터들의 섬세한 감정을 연출한 #김중현 감독의 연출도 좋았고, #조민경 배우의 기댈곳 없이 시궁창같은 현실을 버텨나가는 도둑고양이 같은 연기도 너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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