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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Movie

천하장사 마돈나

by 리먼 2015. 4. 17.

천하장사 마돈나




일요일날 하는 영화소개 프로그램에서 ‘천하장사 마돈나’를 처음으로 보았었다. 여자가 되기 위해서 씨름부에 들려는 아이? 제목도 천하장사 마돈나? 센스 좋다. 으라차차 스모부가 생각나기도 하고(노린건지는 모르겠지만) 게다가 백윤식 아저씨도 나온다니.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백윤식 아저씨는 특별출연으로 처리되었었다. 비중은 너무나 높아서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못했었지만 엔팅 크레딧 나올 때 특별출연이라고 나왔다)


극장에서 보진 못하고 비디오로 빌려봤다. 역시 한마디로 재밌었다. 나는 원래 웅장한 스케일보단(반지의 제왕같이) 아기자기하고 재밌는 영화를 좋아한다.


주인공 오동구의 가정형편은 어렵다. 왕년 복서이고 지금은 중장비 기사인 아버지는 술을 먹고 사장을 때려서 직장에서 짤리고 엄마는 아버지의 구타를 참지 못하고 집을 나갔다. 이란성 쌍둥이인듯한 형제는 현실이 싫고 아버지가 싫어서 뭔가 되어보고 싶어하지만 되고 싶은게 없는 아이다.


정말 이 영화는 다양한 인생사를 정말 맛깔나게 그리고 있다. 주제는 여자가 되고 싶어 씨름을 시작한 아이다. 이 말만을 놓고 보거나 포스터나 영화의 대략적인 줄거리로만 본다면 이 영화는 코미디 영화이다. 하지만 동구의 대사로도 나오듯이 진심으로 여자가 되고 싶은 동구에게 부딪혀야 하는 현실의 벽은 아무리 뛰어도 넘을 수 없을만큼 높다. 또한 어머니의 가출과 가출해서 살고 있는 현실, 짤려서 술만 먹다가 그 자존심 강한 아버지가 사장에게 아부떠는 모습 등은 정말 동구의 현실뿐만 아니라 그 가족들의 현실의 어려움을 잘 표현하고 있다. 이렇게 글로 쓰면 난잡한 것 같지만 영화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 이런 다양한 이야기들이 메인 주제인 동구의 씨름과 자연스럽게 얽히면서 흘러간다. 오히려 아버지의 퇴직이나 어머니의 가출등이 없었다면 동구가 여자가 되고 싶다는 욕망이 어쩌면 어색해 졌을 지도 모르겠다.


지금 생각해보니 동구가 여자가 되고 싶은 건 영화에서처럼 일어선생님(초난강)을 좋아해서나 어려서부터 화장하기를 좋아하고, 여자옷을 입기를 좋아한 것 뿐만이 아니라 아버지나 어머니의 영향이 큰지도 모르겠다. 폭력적인 아버지 때문에 남자가 싫었고 무책임한 어머니 때문에 제대로 된 여자가 되고 싶은 심정이 잠재의식속에 있었다는 게 영화의 메인 주제를 매끄럽게 만든 건지도 모르겠다.


잘나가던 복서인 고등학생이던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가 멋있어서 덜컥 오동구를 임신해버린 철부지 엄마를 미워하지 않는 오동구는 참으로 어른스럽다. 어른스럽다기보단 운명을 받아들인다는 느낌이다.





우연히 동구가 씨름을 한다는 걸 알게 된 아버지는 집을 뒤엎는다. 잘나가는 복서였다가 부상으로 내리막길 복서인생을 걷다가 인생의 목표를 잃은 아버지는 자식들이 운동을 하는 걸 죽도록 싫어한다. 자신과 같이 될 것 같아서 그런 것이다.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동구와 아버지의 대결인 듯 싶다. 씨름 때문에 아버지에게 대판 혼난 동구는 다음날 출근하는 아버지에게 여장을 하고 나간다. 아버지는 동구를 안 본다. 아버지의 자존심으로서는 자신의 아들이 여장을 한다는 건 생각할 수 없는 일인 것이다. 동구는 아버지의 포크레인앞을 막아선다. (이 장면이 너무 멋있었다. 이 장면을 포스터로 해도 멋있었을 듯 싶지만 그렇다면 영화의 코믹한 부분을 살릴 수 없었겠지.)

아버지는 ‘좋아. 그러면 사나이 대 사나이로 한판 붙자’ 라며 동구를 도전자로 치부한다. 역시 이 대사에서도 아버지는 동구를 사나이라 부름으로써 동구의 욕구를 전혀 받아들이지 않는다.


타짜에서 아귀의 연기로 너무나 비열했던 (그만큼 최고의 연기였다! 왜 상을 많이 못 탔는지 모를 정도로..게다가 나는 선글라스와 흉터로 그게 누구인지 몰랐다가 신문보고 알고선 깜짝 놀랐다) 김윤석답게 자존심뿐인 아버지의 유행어. “상대 눈 쳐다보고, 가드 올리고”. 이 대사는 복서로서 아무것도 남은 게 없는 아버지의 복서로서의 마지막 자존심과 머리로 생각하기보단 몸으로 해결하는 그를 표현하고 있다.

동구는 아버지에게 죽도록 맞다가 뒤집기로 아버지를 던진다. 동구가 한 최초의 요구이자 최후의 요구가 받아들여진 장면이다(힘으로지만)


이 영화가 마지막까지 코믹함과 트랜스젠더를 잃지 않으려고 노력한 듯한 결승전. 주장과 동구가 시합을 한다. 1:1로 마지막판이다. 주장이 동구를 들어올린다. 하지만 동구의 마릴린먼로 같은 위치에 있는 점에 난 털로 주장은 웃겨서 동구에게 깔린다.


솔직히 이유는 알겠지만..뭔가 좀 썰렁했다는게 개인적인 감상이다. 웃겨서 이긴 동구. 그렇다고 동구가 힘으로 이긴다는것도 좀 이상하고(씨름입문 두달이므로) 주장이 이기면 동구는 상금을 못 타는 것이고. 역시 가장 깔끔한 마무리는 주장이 이기고 주장이 이 돈 너 써라 하며 동구를 주는 것?


에필로그로 나오는 동구의 마릴린먼로의 ‘like a virgin’ 동구가 꿈을 이룬 모습이다.

이렇게 영화는 끝난다.


나는 한국영화가 자꾸 자본을 앞세운 블록버스터 급의 영화에 도전해나가는 것보다 이러한 작고 아기자기한 영화로 한국영화만의 스타일을 살렸으면 좋겠다. 그 예로 일본영화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살린 영화를 추구하고 있고 중국은 경제성장과 더불어 계속 블록버스터 영화가 국내에 상영된다. 블록버스터를 싫어하는 개인적인 취향으로 나는 중국영화를 일본영화보다 좋아했었지만 요샌 반대가 되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