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Review/Movie

기생충

by 리먼 2019. 6. 2.

저 높은 그분들께 기생하며 살아갈 수 밖에 없는 흙수저 우리들 #기생충

#스포주의

#봉준호 감독의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을 탄 작품.
#송강호 #최우식 #박소담 #조여정 #이선균 의 연기 앙상블이 매력 넘치던 영화.
봉감독의 영화 중 시각적으로도 가장 즐거웠던 세련된 영상미.
현재 한국 사회를 풍자하는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메시지.

과연 봉테일. 하나하나의 장면과 대사와 관계와 오브제가 의미없는 것이 없다.

살인의 추억, 괴물로 한국사회를 풍자하고, 설국열차와 옥자로 계급사회를 풍자한 봉감독이 이번엔 하나의 집을 통해 한국사회와 계급사회를 풍자했다.
.
.
한 지독한 흙수저 가족이 있다. 반지하 창문을 통해 세상을 보고 화장실 변기에 앉아 윗집 와이파이를 훔치는 기택의 가족은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마치 바닥을 꿈틀거리며 기어다니는. 이 세상에 있어도 그만이지만 없는게 좀 더 나을 것 같은 벌레.

하지만 이 가족은 함께 밥을 먹으며 함께 살아간다. 이 벌레같은 상황을 타파하고자 가족을 버릴 생각은 아무도 하지 않는다. 그들은 가족이므로.

그런 그들에게 기회가 왔다. 상류층에 빌붙어 숨쉴 수 있는 기회가.

그들은 아들 기우를 시작으로 하나씩 이 착하고 순진한 상류층에 기생하기 시작한다. 그를 위해 기존 기생하던 것들을 짓밟고 그 자리를 차지했다.

그러나 그들은 그 충성해야 마땅할, 우리에게 살아갈 수 있는 양분을 내려주시는 그 높은 분들의 자리를 탐하였다. 마치 언젠가 그 자리가 벌레인 자신들의 자리가 될 수 있을 것 처럼.

누워서 하늘을 볼 수 있는 성북동의 고급 주택.
창문을 통해 지린내나는 골목을 보는 반지하 집.

그분들은 주택에서 그들을 내려다보고 명령하고 먹이를 주며 괄시하고, 그들은 반지하에서 그분들을 올려다보며 그분들에게서 떨어지고 짓밟히지 않기 위해 발버둥친다.
이것이 그들이 있어야 할 위치이고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계급이다.

주인의 자리를 잠시 넘본 이 벌레들은 주인의 등장에 사라락 몸을 숨킨다. 마치 빈집의 바퀴벌레처럼.
.
.
또한 이 영화는 남과 북, 그리고 우리가 절대 복종하고 기생해야 하는 미국 과의 관계를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살아남기 위해 미국의 눈치를 보며 입맛에 맞게 행동해야 하는 남한. 가진 것 하나 없지만 단 한발의 총알과 희번뜩한 눈빛으로 식량과 지원을 구걸하는 북한. 그리고 그들에게 관심조차 없지만,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그들을 사용하고 챙겨주고 괄시하는 그분들 미국.

영화 속에서 처음에 붙어있던 기생충이자 기득권 벌레는 기존의 가정부였다. 그녀는 주인도 모르는 지하실에 자신의 남편을 숨기고는 주인의 음식으로 남편을 먹여왔다.

그러나 새로운 벌레에게 그 자리를 빼았겼고 기존 벌레는 양분을 공급받지 못한채 고립되었다.

위기에 처한 기존 벌레는 자폭 스위치로 새로운 벌레를 위협했고, 살아남기 위해 새로운 벌레는 음식이 달린 날카로운 꼬챙이로 기존 벌레를 찔러버렸다. 그리고 희망이 없어진 새로운 벌레는 주인마저 찔러버린다.

대화를 통해 함께 공존할 기회를 모색하고 싶었지만..이미 모든 것이 끝나버렸다.

고립되어 양분을 원하는, 스위치를 들고 미쳐날뛰는 기존 벌레가 북한. 기존 벌레와 주인의 눈치에 휘둘리는 새로운 벌레가 남한. 벌레들에게 양분을 주며, 벌레의 생존권을 쥐고 있는 주인이 미국.

남과 북이 힘을 합쳐 어떻게든 함께 살아가야 하지만, 서로 다른 입장으로 인해 서로의 발목을 잡아끄는 현실. 극단적으로 자폭 스위치는 누구 하나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은유적으로 표현하였다고 본다.

영어를 사랑하고 존경하여 영어를 섞어쓰며, 미국 일리노이 출신 제시카를 신봉하고 딸에게 영어 과외를 시키는 사모님. 미대륙의 원주민인 인디언을 좋아하는 저택의 아픈손가락인 막내아들. 인디언 막사를 둘러싸고 기득권 친구들과 벌이는 축제.

그리고 금강산을 닳은 수석까지.

아닐 수도 있지만 남과 북, 그리고 미국과의 한반도 관계를 하나의 저택과 세가족을 통해 은유적으로 표현하였다고 본다.

자폭 스위치가 눌린 저택(한반도)에는 새로운 주인이 들어왔고, 지하실(북한)과 반지하(남한)의 소통은 더욱 단절되었다. 반지하의 벌레는 어떻게든 힘을 길러 저택을 차지하여 지하실과 함께하고 싶지만, 가진 것 없는 벌레는 오늘도 계획을 세울뿐이다.

가장 한국적인 것으로 세계가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를 전달한 봉감독님께 박수👏👏👏


'Review > Movie' 카테고리의 다른 글

룸에서 행복했던 잭, 세상을 만나 더 행복했을까? #룸  (0) 2019.06.16
보희와 녹양  (0) 2019.06.03
벤 이즈 벡  (0) 2019.05.16
고양이 여행 리포트  (0) 2019.05.12
이름없는 새  (0) 2019.0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