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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Movie

변하지 않는 것 #집이야기

by 리먼 2020. 1. 1.

변하지 않는 것 #집이야기

새로운 집을 찾는 은서. 하지만 어느 집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집에 들어가려는데 열쇠를 잃어버린 걸 알게되고 어딘가로 전화를 건다.

바로 달려와 문을 따주는 사람은 은서의 아빠 진철. 은서의 부모님은 몇년 전 이혼하셨다. 엄마는 재혼해 제주도에서 살고 있고, 열쇠수리공인 아버지는 옛날 가족들이 함께 살던 그집에 혼자 살고 있다.

집을 구하지 못한 채 계약기간이 종료된 은서. 은서는 아버지의 그집을 찾아간다.

아버지와의 서먹한 동거. 집을 구하기 전꺼지만 살꺼라는 은서는 짐을 풀지 않는다.

여전한 모습에 은서는 답답했다.
창문하나 없는 방에 앉아서 핸드폰만 쥐고 있는 아빠나 옛날 그대로 낡아있는 집에 숨이 막혔다.

하지만 그런 집과 아빠가 안쓰럽기도 했다. 모두가 떠난 곳에 그대로 있는 그들이.

은서의 아빠 진철은 꼰대다.
자신의 생각이 맞으며, 가족들의 목소리에 귀귀울이지 않았다. 요령없게 정직했고 변화를 거부했다.
막힌 모든 문을 딸 수 있는 진철은 가족의 마음의 문을 열줄 몰랐다. 그렇게 아내도 큰딸도 떠나갔다.
진철은 여전히 옛날집에 산다. 아직도 011번호에 2G폰을 쓰고 전화로 걸려오는 일만을 받는다. 아날로그 열쇠의 프로지만 전자도어락은 하지 않는다. 먼저 가족에게 전화하지 않고, 옛날 아내와 못간 신혼여행지가 그려진 달력사진을 방에서 보고 있다.

과거에 진철은 자신이 맞기에 변화를 생각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제는 변화의 필요는 알지만 변화가 두렵다. 이제와 변화하는 것은 과거의 자신이 부정당하는 것 같기에.

그를 떠나난 아내는 낡고 축축한 시멘트 집을 벗어나 밝은 햇살이 넘치는 제주도의 전원주택에서 살고 있고, 혼전임신으로 의절한 결혼한 큰딸도 소소하게 행복하게 잘 살고있다.

진철은 가족이 보고 싶지만 먼저 연락하지도 찾아가지도 못한다. 그건 과거의 자신을 부정하는 것이기에.

진철은 그때도 지금도 누구보다 가족을 생각하고 가족을 위해 일해왔다. 다만 그 방식이 달랐고 요령이 없었고, 일방향적인 것 이었을 뿐.

반면 은서는 따뜻한 가족이 함께 하는 집을 찾고 있었다. 하지만 이미 뿔뿔히 흩어진 온기에 은서는 원하는 집을 찾을 수 없었다.

그러다 예전 가족이 함께 살던, 아저지가 있는 낡고 축축한 시멘트집으로 왔고, 그곳이 은서가 찾던 집이였다.

어떤 문도 열수 있었던 아버지. 하지만 이제는 열 수 없는 문이 많아졌고, 가족의 문도 아버지의 기술로 열수 없게 바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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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서역의 #이유영
짐철역의 #강신일

두 배우의 부녀연기가 너무 좋았다. 티격태격하면서 은근히 서로를 아끼는 모습들.

무엇이든 열수 있는 열쇠수리공
가족의 문은 열 수 없었던 아버지
따뜻한 가정이 있는 집을 찾던 딸
그리고 그곳에 언제나 있는 아버지

이 열쇠와 문, 집과 가족의 이야기를 너무 잘 그려낸 #박제범 감독님. 앞으로도 좋은 작품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