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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Movie

꿈꾸는 어른이 되기란 쉽지 않다-태풍이 지나가고

by 리먼 2016. 7. 31.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태풍이 지나가고'

큰 기대 안하고 봤는데, 너무 좋았음!
현실의 막막함을 따뜻하고 유쾌하게 그려낸 작품으로 이제 가족에 대해 하고싶은 말을 다 쏟아내어 가족영화 그만 찍겠다는 감독의 말을 믿고싶을만큼 가장 좋았다!

대기만성형(이라고 믿고싶은) 어른이 되고싶지 않은 남자와 그를 아들로써 남편으로써 아빠로써 대하는 가족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아버지의 유품 중 돈 될꺼 없나 기웃거리는 나름 사랑스런 아들과 죽은 남편부터 아들까지 기대기만 하는 남자들을 쿨하게 보살피며 평생 살아온 엄마, 그리고 딱히 남편이 싫지는 않지만 미래가 보이지 않기에 새출발하려는 아내와 아들.

찌질하고 동정심 일어나는 허우대 멀쩡한 남편 아베히로시와 그래도 아들이라고 무심한듯 챙겨주는 엄마 키키키린의 궁합이 너무 좋았다~

가정의 지탱을 위해 평생 한발자국 물러나 지내고, 이제 말썽부리던 남편이 죽었으니 편히 살아보나 했는데 이젠 아들이 은그슬쩍 엉겨붙는 상황에서도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고 목욕물을 받아놓으며, 한번도 행복한 적 없었다고 웃으며 말하는 어머니의 모습에서 괜시리 어머니가 떠올랐다.

그리고 꿈을 가지고 있지만 그 꿈을 이룰 노력도 하지 않고, 가족에게 주기보단 받는데 익숙한 아들이자 남편에서 나를 떠올렸다. 그래도 나는 도박은 안하니..

누구나 꿈꾸는 어른이 되는 건 아니다라는 카피가 가슴깊이 와닿는 영화. 아들이자 남편도 어머니도 아내도 누구도 꿈꾸지 않은 평범한듯한 미래가 보이지 않는 현실. 그러나 현실을 헤쳐나가는 방식은 각자 다르다.

엄마가 소설을 쓰겠다는, 이혼한 아내에게 보내야하는 양육비로 쓸만한 아버지의 유품이 있나 찾으러 온 아들에게 베란다의 작은 나무에 물을 주며 이런 말을 한다.

"열매가 열리지도 꽃이 피지도 않지만 매일매일 물을 주고 있지. 마치 너처럼"

또 떠나버린 전처와 아들을 뒤늦게 잘해주는 모습에 아내는 애처로운 눈빛으로 이렇게 말한다.

"그때 좀 잘하지 그랬어"

멋진 남편이자 아버지, 아들이 되기란 정말 쉽지 많은 않다. 특히 하고 싶은게 많은, 가진 게 없는, 게다가 꿈을 꾸는 남자라면. 그렇게에 더욱 더 공감갔다.

그럼에도 가족이다. 가족이였다. 가족이 되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