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LYMAN/Diary

사회적기업 트래블러스맵에서 잘렸습니다.

by 리먼 2015. 12. 31.

오늘(12월31일) 날짜로 사회적기업 트래블러스맵에서 잘렸습니다. 처음으로 직장에서 짤려봤네요.

10월 12일부터 근무하기 시작해, 수습기간 마무리였던 12월 31일자로 계약이 연장되지 않았습니다


월급이 적지만 즐겁게, 보람을 가지고 열심히 하고 싶었는데 인연이 끊기에 되어 많이 아쉽습니다.

입사하기 전에 지인이 거기 사람 막 자른다고? 가지 말라고 그랬는데,, 그게 저의 일이 될 줄은 몰랐죠.


제가 속했던 포지션은 마케팅팀장으로 공정여행연구소 소속이였는데, 파트장(소장)과 인턴 2명과 저 이렇게 4명으로 구성된 작은 팀이였습니다. 맵의 고객층을 넓혀가기위해 그리고 공정여행이라는 브랜드를 강화시켜나가는 위한 채널관리 및 다양한 마케팅 활동 뿐만 아니라, 공정여행 위탁행사를 진행하는 것이 주 업무였습니다.


제가 왜 잘렸느냐하면.. 상사인 파트장의 말에 의견을 제시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그 이유 말고는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제가 그동안 마케팅을 하며 쌓아온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좀 더 효과적으로 맵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파트장의 말에 이렇게 하는 게 어떻겠냐는 의견들을 제시했었습니다. 마케팅팀장이라서가 아니라 누구라도 회사를 위해 자기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파트장이 하고자 하는 것의 목적성과 방향성이 애매하다고 생각되기도 했고요.


그러다 12/14(월)에 마케팅 팀장으로서 자격이 없는 것 같다는 말을 파트장에게 들었습니다. 

그럴 수 있습니다. 저 역시 아직 부족한 점이 많으니까요. 그래서 팀장이 아닌 일반 사원으로서라도 맵을 위해 일하고 싶다고 하였습니다. 제가 돈과 권력에 욕심이 있었다면, 애초에 맵에 오지도 않았을 겁니다. 맵의 발전을 위해 열정을 가지고 일하고 싶었기에 온 것이였습니다. 그래서 사원으로서라도 함께 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12/22(화) 파트장들과 면담 후, 수습 후 정규직계약을 하지 않기로 통보 받았습니다.

하지만 전 여전히 잘 모르겠습니다. 마케팅 경력이 있고, 사이트PM도 진행할 수 있는 제가 인턴들보다 회사에 덜 필요하다는 것을요.

아마도 저는 파트장에게 거슬리는 존재가 된 것 같습니다.


사실 저는 그래서 14일에 말을 들은 이후 파트장의 말에 순응했었습니다. 이해가 가지 않아도 질문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라도 맵에서 좀 더 있고 싶었습니다. 가족여행도 맵을 통해 가고 싶었고, 아직 갈길이 먼 맵을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그렇지만 나중에 보니 12/16(수)에 서울특별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에 채용공고를 올려놓았더군요. 이미 14일에 거의 결정이 나 있는 상황이였던 것 같습니다. 면담 시 성찰하는 모습을 보이면 다시 생각해보려고 했다고 하는데,,여전히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르겠습니다. 내키는 대로, 효과측정도 안하는 마케팅을 아무생각없이 따를 수 만은 없었습니다. 그건 회사를 위해서 뿐만 아니라 저의 경력을 위해서도 아니였습니다. 체계도 기획안도, 성과보고도 없는 마구잡이식 마케팅에 리소스를 투입하는 것은요. 또한 그런 것을 효과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마케팅팀장으로 저를 뽑은 것 아니였겠습니까?


하지만 파트장은 자신의 말에 순응하는 팀장이 필요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런 말도 안되는 지시에 진심으로 순응하는 팀장이 과연 있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대표도 파트장의 말 한마디만 듣고 형식적인 면담을 통해 저를 정리하였습니다. 저를 떠나 회사를 위해서라도 최소한 제가 무엇을 해왔는지 보고, 저와 같은 팀원들과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져봐야 했던 것 아닐까요? 바쁘다는 핑계로 사람을 이렇게 쉽게 정리하는 곳이 사회적 기업인건가요?


저는 사회적기업이란 사람을 위한, 사람답게 살기 위한 기업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그렇기에 사회적기업가 역시 사람을 존중하는 기본 자세가 되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번 기회에 그 환상이 많이 깨졌네요. 사회직기업가라고 하고 다니는 사람들도 충분히 이기적이고 편협할 수 있다고 배웠습니다.


처음으로 직장에서 잘려봤는데, 이렇게 된 거 꼭 한번 받아보고 싶던 실업급여를 이번 기회에 받아보아야겠습니다^^

앞으로 맵의 마케팅이 얼마나 잘 굴러갈지 궁금하네요. 



ps1. 부모님이 사회적기업에 대해 실망하였다고 하니 좋아하시더군요. 이제 돈 좀 벌면서 사람답게 살라고요

ps2. 나오면서 회사에 전체메일로 위 내용을 보냈더니 피드백이 왔습니다. 잘린게 아니라 계약종료된거라고. 그리고 팀장으로서 부족해서 계약갱신과 별개로 16일에 새팀장 채용공고를 낸거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