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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YMAN/Diary

아버지가 바라는 사회인과 직장인의 삶. 그리고 종결..

by 리먼 2016. 6. 18.

아버지는 어릴적부터 아들들이 안정된 삶을 살아가길 바라셨다.

공무원 또는 대기업 같이 안정된 직장을 다니면서.


오랜 기간 그 뜻을 따르지 않고,

내인생은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살겠다고 광고회사, 마케팅회사, 사회적기업 등을 다니며, 객관적 뿐만 아니라 내가 봐도 안정됨과 상반되는 방황하는 삶을 살아왔다.

34살인 현재까지도.


그러다가 지금은 무사히 결혼한 동생의 결혼문제로 부모님이 속상해 하는 것에 안쓰러움과 아버지가 그렇게 바라는 게 대체 무언가 하는 막연한 호기심으로, 아버지의 지인 회사에 낙하산으로 다니게 되었다.


처음에 아버지가 자리를 만들었다고 하길래 그냥 한 번 만나보고 나서 생각해도 될꺼라고 안이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그렇게 넵스의 사장님을 만나게 되었고, "안녕하세요" 한마디만 하고 출근이 정해졌다. 넵스 사장님을 만난 날, 친할머니가 돌아가셨고 

정신없이 상을 치르고 출근하게 되었다(마침 그때가 설 주간이였다)


그렇게 주방가구회사, 두산그룹의 막내가 하는 수직적이자 군대적조직인 건설회사에서 근무하게 되었다.


나는 골프대회 개최, 골프선수 후원, 가구후원활동이 주요업무인 문화홍보팀으로 배치받았는데, 그 중 문화홍보팀의 1년 중 가장 큰 행사인 nefs heritage 2016 골프대회를 맡게 되었다.


그러던 중 총무팀장의 퇴사로 문화홍보팀과 총무팀이 합쳐지게 되었다. 말을 들어보니 그 전에도 우리팀 부장이 총무업무도 담당한 적이 있다고 한다. 안그래도 회장이 좋아하는 골프마케팅과 회장의 아내인 부회장이 담당하는 가구후원활동이 주였는데, 이제는 회사 그리고 회장/사장의 잡다한 일을 처리하는 총무업무를 담당하는 팀이 되었다.(허세용인 회사 기념품 재고관리부터 사장의 아들 중고차 구매까지)


애초에 나랑 반대선상에 있는 회사. 그리고 내가 생각할 때 업무도 아닌, 성취감과 발전을 바랄 수 없는 일들을 하며 있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로서 매일매일 언제그만두나만 생각하며 출근했었다.


노예로서 영혼을 바치는 대신, 돈을 받는다는 느낌.

그리고 그걸 당연한 조건으로 생각하는 회사.


그렇게 살기에는 나에게는 반노예적 DNA가 가득하였다,


아버지는 다 그렇게 돈 벌고 살아가는거라고 하지만,

나는 그렇게까지 생존에 대한 욕구가 많지 않고, 지키고 싶은 것도 없다.


골프대회를 치르면서,

짐을 옮기다가 어느 순간 카트가 미끄러져서 골프장 고객의 차에 기스

화병을 깨서 손가락 12바늘 꼬맸고.

주차하다가 전대회 챔피언의 BMW 차량에 접촉사고를..

(그것도 보험처리 하려고 했는데, 내가 1종 면허가 없어서 사장님 명의로 처리했다..)


접촉사고를 내고,, 부장은 좋은 껀수를 잡았는지 나를 바로 서울로 올려보냈다.

마침 나는 동생 결혼식 때문에 서울에 다음날 가야 하는 상황이였는데,

급하게 그 전날 쫓겨났다. (골프장에서 택시타고 숙소인 비발디파크가서 거기서 셔틀버스타고 서울로 올라갔다)


서울에 올라가면서 생각을 했다.

"아... 역시 아니구나.. 여긴 내가 있을 곳이 아니구나.."


골프대회는 무사히 끝내고, 부장과 이야기를 거쳐 사장에게 그만두겠다고 이야기를 했다. 그 때 마침 아버지가 사장님한테 전화를 했다..제발 우리 아들 잘 봐달라고..그 때의 심정이란 처음 넵스를 입사할때만큼의 답답함과 쑥쓰러움이 다시 반복되었다. 그 때 만큼 죽고싶을만큼 쪽팔렸다.


회사의 경직적인 구조, 회장단의 무조건적인 명령, 부장의 산만한 일처리, 그리고 나의 존재를 껄끄러워하는 부장의 공격. 이런건 크게 중요한 건 아니였다.


그냥 처음부터 이 회사에 나의 현재와 미래와 인생을 걸고 싶지 않았고,

이렇게 보내는 일상은 커져가는 암세포마냥 매일매일 나를 죽여가는 느낌이였다.


그렇게 나는 아버지가 꽃아넣은 회사를 퇴사하게 되었다.

(마침 총무팀과 합쳐져서 팀의 인원이 늘어났고, 가장 큰 골프대회가 끝났기에 내 존재도 크게 필요하진 않은 상황이여서 바로 퇴사했다)


처음 입사할 때 부터 볼모로 보내진 느낌이였는데,

아버지에겐 미안하지만 볼모에서 풀려난 기분이다.

미래에 대한 불안함은 여전히 간작한 채이지만.



현재 퇴사하자마자 걸린 담으로 아직도 일상생활이 힘들정도로 고생하고 있지만,

이런 고생들 잘 넘긴 다음에, 나답게 살아가기 위한 노력을 다시 시작해 봐야겠다.


그래서 어떤일을 하던지, 어떤 인생을 살던지

다시 부모님에게 당당한 아들이 되어보고야 말겠다.


-2016.0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