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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Movie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조제도 나도 세월이 흘렀다.

by 리먼 2016. 3. 20.
오랜만이야 조제, 잘 지내지?

재개봉 해서 스크린에서 처음 본
내가 제일 좋아하는 사랑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나도 성장을 한건지, 타인을 이해할 줄 알게 된건지, 체념을 알게 된건지
조제와 츠네오를 좀 더 깊이 공감할 수 있었다. 공감하게 된 만큼 슬픔은 적어적다. 그들이 사랑하기위해 얼마나 최선을 다했는지 알기에, 그리고 그 시작과 끝에 위치한 체념을 이해할 수 있기에. 살아가기 위해 사랑보다 체념을 선택하는 현실을 받아들이기에 슬픔은 과거보다 적어졌지만..마음의 아련함은 더욱 남는다.

이번에 보면서 조제가 얼마나 츠네오를 필요로 했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여자가 필요한 걸 해줄 줄 아는 츠네오는 소녀이고 여자로 살아가고 싶지만 체념하고 살던 조제에게 안본척 하지만 옆눈길로 주시하고 있는 언제꺼질 지 모를 따뜻한 촛불이다. 잠시 따뜻함에 기대었다가 사라지게 될 때 이전에는 몰랐던 공허함과 고독함, 외로움을 평생 안고 살아간다고 해도 한번쯤 느껴보고 싶은 그런 것 이다.

'별로 외롭지 않아. 처음부터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그냥 천천히 천천히 시간이 흐를 뿐이지.
난 두번다시 거기로 돌아가지 못할꺼야. 언젠가 내가 사라지고나면 난 길 잃은 조개껍데기처럼 혼자 깊은 해저에서 데굴데굴 굴러다니겠지. 그것도...그런대로 나쁘지 않아"

그리고 이번에 보면서 오프닝이 츠네오가 마지막 여행에서 조제가 찍은 흔들린 사진을 보며 즐거웠던 추억을 돌이키는 독백으로 시작한다는걸 처음 알았다. 사진 속 조제는 없고 포커스가 나가 희미한 사진들은 현 시점에서 츠네오가 다시 만날 수 없는 조제를 행복했고 소중한 추억으로..그러나 그 추억이 희미해진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조제가 츠네오가 집에 찾아오면서부터 옷차림에 변화가 생긴다. 할머니 이외에 아무도 만나지 않기에 아무옷이나 입고 있지만, 조제의 인생에서 어쩌면 유일한 젊은 남자와의 만남을 속으로 엄청 두근거려하고 있다는 걸 느껴버렸다.

조제가 츠네오와의 거리를 느끼고 시작하기전에 체념하려고 할 때 할머니가 츠네오에게 이렇게 말한다. "청년 같은 사람이 쿠미코를 감당할 수 없어" 일반적인 관계에서라면 아래쪽에 위치한 사람이 위쪽 사람을 감당할 수 없어야 하지만,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아랫쪽이기에 위쪽 일반인이 감내해야하는 것이다. 그래서 비슷한 사람끼리 만나야 관계의 유지가 수월하다는 것을 또 한번 깨달았다. '랍스터'에서 같은 아픔을 가져야만 사랑할 수 있는 것 처럼.

과거에는 특별한 사람들의 일반적인 사랑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지금보니 일반적인 사람들의 특별한 사랑이야기였다.

진심으로 사랑했고, 동정했고, 필요로 했기에 이별을 할 수 있었고 둘의 추억은 한쪽에겐 행복했던 아련한 추억으로 사진첩에 담기고, 다른 한쪽은 모르고 살았던 사랑을 느꼈기에, 평생 외로움을 안고 살아간다.

"담백한 이별이였다. 사실 우리가 헤어진 이유는 하나였다. 내가 포기한 것이다"

선택할 수 있던 츠네오와 선택지가 없던 조제.사랑은 공평하지 않지만 그 둘은 후회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