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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Movie

알을 깨고 나오지 못하는 게 아니야. 나오고 싶지 않은거야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by 리먼 2017. 7. 20.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1975)

One Flew Over The Cuckoo's Nest




언젠가 다큐 프로에서 뻐꾸기의 탁란을 봤었다.

자신보다 작은 종의 새의 알이 품어져 있는 둥지에 몰래 가서 자신의 새끼 알을 놓고 오는 습성이 탁란이다.

뻐꾸기의 새끼는 원래 있던 둥지의 알들보다 빨리 부화해서 깨어난다.

그리고는 눈도 뜨지 못한 상태에서 본능적으로.. 둥지에 있는 알들을 등으로 밀어내서 땅에 떨궈버린다.

다른 알이 부화했다면 그 새끼들도 등으로 밀어낸다. 자신만 남을 때 까지.


알의 크기 자체도 크고, 부화한 몸 자체도 크고, 보다 먼저 보다 큰 부리로 부모새(뻐꾸기 새끼에게는 양모겠지만)가 물어오는 먹이를 생존을 위한 갈망만큼 절실하게 먹어치우는 뻐꾸기에게 기존 둥지의 알들 또는 새끼들은 상대가 되지 않았다. 본인의 아이들은 이유를 알 수 없이 자꾸 사라지고, 내 아인지 의아한 이미 자신보다 몸집도 크고 낯설은 이 뻐꾸지새끼에 어리둥절 하지만 부모새는 본능적으로 먹이를 둥지로 물어온다. 그리고 뻐꾸기 새끼는 둥지로 양부모가 물어온 먹이를 먹으며 성체로 자라 둥지를 떠나간다.


다큐에서 새빨간 핏줄도 마르지 않은 뻐꾸기 새끼가 물구나무 서기를 해가며 절실하게 둥지의 알과 새끼를 떨어트리고, 가장 큰 입으로 열정적으로 먹이를 받아 먹는 모습에 무척 소름끼쳤다. 물론 생존을 위한 본능이고 그렇게 자연의 생태계가 돌아가는 것이겠지만, 양자로 들어간 집에서 자신의 위치를 공고히 하기 위해 자신을 좋아하는 여동생을 사고로 죽여버리는 어떤 영화를 본 것 처럼 소름끼쳤다.



아마 뻐꾸기란 둥지 또는 그 커뮤니티의 이질적인 존재를 의미하고,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One Flew Over The Cuckoo's Nest' 는 어떤 사회가 만들어놓은 고정적인 틀에서 벗어나는 것을 의미한다고 보여진다.

*Cuckoo가 뻐꾸기인데, 미친 또는 정신병자라는 뜻으로 쓰이고, Cuckoo in the Nest 는 현재 상태를 흐트려놓는 이라는 뜻으로 쓰인다고 한다.

 

60년대 미국과 히피문화에 큰 영향을 준 미국의 소설가인 켄 케시(Ken Kesey)가 1962년 발표한 처녀작이자 그의 대표작.


스탠퍼드대학에서 소설을 전공한 케시는 1962년 처녀작 <뻐꾸기 둥지위로 날아간 새 One Flew over the Cuckoo's Nest>로 비평가들로부터 많은 찬사를 받았으며, 인기 작가의 반열에 오르게 되었다. 


<뻐꾸기 둥지위로 날아간 새>는 정신병원에 수용된 환자들의 반역을 통해 극도로 조직화된 사회를 상징적으로 고발한 문제작이다. 


이 소설은 특히 1974년 데일 와서만에 의해 각색되어 오프 브로드웨이에서 공연되다가, 1975년 밀로스 포만 감독에 의해 영화화됨으로써 세계적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 '맥머피' 역을 맡았던 '잭 니콜슨'은 뛰어난 연기로 "맥머피 역을 하기 위해 태어난 배우"란 찬사를 받았으며 이 영화는 작품상.감독상.남녀주연상 등 4개 부문에서 아카데미상을 받았다.

[네이버 지식백과] 뻐꾸기 둥지위로 날아간 새 (시사상식사전, 박문각)


영화는 잭 머피(잭 니콜슨)가 어느 날 교도소에서 정신병원으로 이송되면서 시작한다.

전과 5범 폭력범인 머피가 미쳤는지 감별을 받기 위해 시작된 정신병원 생활

(본인은 교도소를 떠나 정신병원에 오게 된 것을 기뻐하는 눈치인 것으로 보아, 일부러 좀 더 미친적을 해서 정신병원으로 온 것으로 보여진다)


-젊은 시절 이라고 해도 38살로 나오지만. 여튼 나름 젊음과 광기의 섹시함 공존하는 잭 니콜슨 형


정신병원 원장은 말한다. 내가 볼 때 너는 미친 것 같지 않다고. 허세가 있는 평범한 사람 같다고.

하지만 좀 더 알아봐야 하지 않겠냐는 머피.



머피는 (자신이 볼 때)모자란 사람들과 즐겁게 지낸다. 

적당히 이용하는 듯, 적당히 권력을 차지한 듯. 한마디로 정신병동의 아이돌스타!

교도소에선 할 수 없던 식당에서의 카드게임도 하고, 수영(운동 프로그램 이지만)도 하고~


*카드 게임도 하나 제대로 진행 못하고 감정을 못이겨 소리지르고, 자신의 의견을 눈치보느냐 아무도 제대로 말을 못하고, 떠나간 부인 이야기나 실제로 본적은 있는지 모호한 여자를 향한 프로포즈 이야기들로 자위를 하는 사회라는 정글에서 뒤쳐진(나쁜 단어로 루저) 피해망상에 소심하고 외롭고 쉽게 토라지는 평범한 사람들에게 카리스마 있고, 거칠 것 없는 머피는 존경의 대상이고 가까이 하고 싶은 친구이다. 머피 역시 이를 즐기며, 이들을 향한 측은지심과 자신보다 아래 사람들과 지내는 편안함이 공존하며 얼핏 함께 있는 동안은 친구가 되어주고자 하는 성향을 보인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줄서서 받아 먹는 약. 머피가 오기 전에는 일상이였다.

아무도 문제삼지 않는, 12시에 먹는 점심처럼


하지만 나름 즐겁게 정신병원 생활을 하던 머피와 처음부터, 시간이 지날수록 보이지 않는 스파크가 일어나는 Miss. 랫체드.

미스 랫체드는 이 정신병동의 책임자. 이 작은 커뮤니티의 절대권력을 가진 자이다.

환자들을 공정하고 공평하게, 민주적으로 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말 속에는 환자들이 절대 거부할 수 없는 힘이 있는 존재.

(머피를 제외한 환자들은 힘 있는 자에게 반항한다는 것 자체가, 체제에 불응한다는 상상 자체가 불가능한 사람들이기에 가능. 병원에서는 원장, 의사가 더 높은 권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 당연하지만 영화에서는 의사나 원장의 존재는 매우 희미하다)


-한껏 솟구려 올리간 머리와 포커페이스에서 그녀의 권력이 느껴진다

-또한 30대 후반 이상으로 보이는데 Miss 라고 불리는 것으로 보아, 독신여성이며 가정 등 병원 이외의 삶을 살아가고 있지 않은.

또는 병원에서의 삶이 전부인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랜슬랫의 주요 활동 중 하나가 대화가 가능한 환자들과 토론하기.

정신이 조금 빠진 환자들은 아내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았다는 이야기, 프로포즈를 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아 위축되었다느 이야기 등

토론을 한다기보다는 붕붕 헛도는 이야기들을 하고 있지만, 랜슬랫에게는 그것이 민주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하나의 증명.


머피가 나타나 월드시리즈를 보고 싶다는 토론을 하기 전까지는.

(그 단적인 예로 보급해주던 담배를 왜 끊냐는 한 환자의 토론주제에 머피로 인해 불량해진 분위기를 바로잡겠다는 이야기로 종결내어버렸다.

가벼운 상관없는 토론은 민주적으로 진행하면서, 자신의 권위와 권력에 대항하는 토론에는 힘으로 제압해버린다)


머피는 교도소에서도 보여주던 월드시리즈를 왜 보여주지 않느냐며 토론을 하자고 한다.

랜슬랫은 민주적으로 다수결로 결정하자고 하고, 처음에는 수동적인 삶에 젖어있던 사람들도 머피로 인해 조금은 자신의 의지를 가지고 머피의 의견에 따른다. 아니 다수결에 표를 행사한다. 꼭 월드시리즈가 보고 싶다기 보다는 우리 친구 머피를 돕고자, 또는 현재의 체계와 권력에 자신의 의지를 표현하고자.


하지만 머피는 친구들이 찬성표를 던져주었지만 랜슬랫을 이기지 못한다. 말하고 생각할 수 있는 환자들만이 아닌, 중증(정말 자폐증 수준)의 환자들이 찬성표를 던지지 않아 과반수가 넘지 못했다는 랜슬랫의 논리에(병동에 18명이 있고, 중증이 9명이다) 귀머거리 벙어리인 가장 식물인간 스러운 인디안 촌장을 그동안 쌓아온? 교감에 간신히 손을 들게 하지만 랜슬랫은 말한다. 타임오버라고. 


-하지만 우리의 머피는 반항인지 희망인지. 나오지 않는 티비를 보며 월드시리즈 중계를 시작한다.

그리고 친구들도 하나씩 죽어있던 육체와 정신에 작은 삶과 희망이라는 싹을 틔우기 시작한다.


-장 밖을 바라보는 머피. 철장 밖은 바로 일반 사람들이 살아가는 주택가.


나름 불편하기도 즐겁기도 하지만 이 상태로 안주하고 싶지는 않은 머피.

그리고 이왕이면 나 뿐만 아니라 여기 친구인지 식구인지 똘마니인지 한 사람들도 함께 이곳에서 벗어나 자신의 의지를 가진 삶을, 주체적이고 인간적인 삶을 살길 바라는 머피.


그러던 어느 날 머피는 아주 무거워 보이는 대리석 개수대를 보며 사람들에게 말한다. 

나는 나갈거라고. 나가서 월드시리즈를 볼꺼라고. 이 대리석 개수대를 들어서 나갈꺼라고.


사람들은 말도 안된다며, 아무도 들 수 없다며, 자신감인지 허세인지에 가득한 머피를 향한 걱정 또는 질타 또는 우리의 일상을 깨지 말길 바라는 우려.

그런 사람들 앞에서 머피는 내기를 걸고는 자신감있게 개수대를 들어보려 하지만.. 꿈쩍도 하지 않는다.


그리고 말한다. "그래도 난 해 봤자나"


*난 너무 자신감 있게 나서길래.. 정말 들고 빠져나가는 줄 알았어


-이 대리석 개수대를 통해 머피는 희망과 화합을 꿈꾸었다.

환자들 간의 쓸데없는 분쟁을 물줄기 한방에 해결하는 홍반장 머피.


하지만 이렇게 포기하면 우리의 머피가 아니지!

걸어다니는 식물인간이던 인디언 촌장에게 끈덕지게 들러붙더니.. 결국 그의 도움으로? 담장을 넘어버린다.

그리고 주말 외출나가는 사람들을 태우고 떠난다. 바다로. 요트로. 낚시하러. 자유로. 희망으로. 일탈로.

(대부분의 환자들은 정신병 위험분자로 감금되어 있는 것이 아닌 자발적으로 병원에 머물고 있는 환자들이다. 그렇기에 정기적으로 인솔자와 함께 주말 외출을 나간다)


-죽어있는 영혼들이 스르륵 삶에 욕구를 보이는 낚시투어


여기서 너무 웃긴게, 일단 머피를 제외하고는 머피와 어울리는 사람들, 외출 나갈 수 있는 사람들은 다 자발적 환자들이다. 사회에 나갈 준비가 안되어 있는, 안되어 있다고 믿고 있는. 그렇기에 서툴지만 의사소통과 사고가 모두 가능한 사람들 인 것이다. 이걸 단적으로 보여주는게 머피의 주도하게 어느 요트에 타서 출항을 하려는 순간 배주인인지 관리인인지가 다가온다. 너희 뭔데?? 하며


그 때 머피가 우리는 정신병원에서 왔다며(맞는 말이지). 학술대회를 끝내고 온 유명한 사람들로 높은 사람?한테 허락을 받았다고 하며 한명씩 이름을 말하며 나는 닥터 머피고 예는 Dr.히딩, Dr.빌리, Dr.체스윅 ~~ 이라고 말하는데. 다들 그때의 표정들은 정말 진지. 눈에 힘주고 손짓하며 쓱 쳐다보는데.. 진심 닥터 같았다. ㅋㅋㅋㅋ 그러니까 얘네도 현재 상황도 알고 어떻게 해야 할 지 다 아는거지. ㅋㅋ 정신이 나간 얘들이 아니라고. 


그렇게 작은 일탈을 하고, 자발적으로 다시 돌아온 정신병원.

머피 뿐만 아니라 모두 갈 곳이, 가고 싶은 곳이 딱히 없었고, 원래 떠나려고 병원을 나왔던 게 아니며 그냥 나들이 나왔던 거 정도?

물론 머피는 나중에 나가면 되지 모~ 라는 심정이였을 듯.



그러던 어느 날 머피는 새로운 사실을 하나 깨닫게 된다. 68일이 지나면 징역기간이 끝나 자유의 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한 흑인 간호사가 말한다. 누구 맘대로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냐고.


*여기서 요트 나들이를 다녀온 머피를 교도소로 돌려보내자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랜슬랫이 이런 정신병자를 포기할 수 없다며 자신과 병원에서 계속 책임지겠다고 한다. 당연히 랜슬랫은 머피를 정신병자로서 이 작은 병원이라는 공간, 자신의 힘과 권력 안에 묶어두려는 빅픽쳐가 있었을것이다.



그렇다고 그냥 물러서면 또 뻐꾸기 머피가 아니기 않겠어?

조금은 과격하지만 그만큼 매력적인 머피를 그냥 도와주는 여자들이 있어서 다음 작전 실행!, 

(여자들도 머피와 찐한 사이도 아닌, 그냥 머피의 팬클럽 느낌. 머피랑 놀기 좋아하는 동네 아가씨들?) 



중간에 머피를 따르는 체스윅과 인디언이 과격한 행동으로 잠시 치료?를 받으러 끌려간다.

체스윅은 담배를 달라며 울고 불고.(원래 주어야 하는건데 랜슬랫이 머피가 맘에 안들어서 다 안줘버리는 거)

머피는 나갈 수 없단 사실에 대한 흥분과, 자기 친구들인 자발적 환자들에 대한 답답함으로 체스윅을 억압하던 직원을 때리고.

직원들이 몰려와 당하는 머피를 돕던 인디언까지. 세트로 묶여 불려갔다. 너희 치료 좀 받아야겠어?


*인디언은 무대뽀적이고 과격하고 진실하고 거침없는 머피에게 어느새 마음을 열고 있었던 것이다. 직원 뿐 아니라 환자들, 동지들도 못듣고 말못하는 자신을 커다란 나무인양, 움직이지 않는 바위인양 대하는데.. 유일하게 머피만이 자신을 사람과 인격체로 대해주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친구로 여겼고, 그를 위해서는 무엇이든 해주고 싶다는 의지와 의리를 품고 있다. 알을 깨고 나가려는, 뻐꾸기 둥지를 떠나려는 머피를 친구로서, 멘토로서, 히어로로서 응원하며, 도와주고 싶어한다.


*촌장이라고 불리는 귀머거리, 벙어리인 거구의 인디언. 사실 그는 누구보다도 정상적인 사람이다. 하지만 유럽에서 건너온 백인들에게 영토와 지위와 권리를 빼았긴 인디언들은 미쳐야지만 살 수 있다. 백인들이 준 마약이나 술에 취해서 살던가, 아니면 정말 정신이 나가야 살 수 있다. 이 머피의 친구 인디언은 자신보다 더 크고 위대했던 아버지가 술에 먹히는 모습을 보고는.. 자신은 술이나 마약에 의존하기보다는 스스로 미쳐 살아가기로 정한 것이다. 모든 사람을 귀머리인양, 벙어리인양, 바보인양 속여왔지만 결국 마음을 연 머피에게는 말을 한다. '츄잉껌이군'  


-말썽을 피워 끌려온 학생들마냥. 하지만 아직 어떤 일을 당하는지는 모르고 있다.


체스윅에 이어 머피가 치료실로 끌려간다. 그리고 입에 피스를 물리고 관자놀이에 기계를 갖다댄다. 그리고 출력을 올린다. 지이잉.

약물로도 안되는 너희들은 뇌에 전기 맛 좀 봐야돼! 라는 느낌. 치료보다는 체벌의 느낌.

5~6명이 머피의 팔,다리,가슴,얼굴을 짓누르며.


-전기 치료, 또는 체벌을 받는 머피. 그리고 그를 잡고 있는 손들


하지만 우리의 돈키호테 머피는 이정도로는 끄떡없지~

농담을 하며 이정도 제제 정도에는 훗 콧방귀를 뀌었지만..

더 이상 이렇게 가다간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을 머피..


만만한 당직이 서는 밤. 머피는 팬클럽 여자들에게 술을 가지고 들어오게 한다.

외롭던 당직아저씨에게는 여자랑 놀수 있다는 기대에 푼돈에 문을 슬쩍 열어준다.


그리고 머피는 탈출하나 했지만.. 어쩌다보니 우리의 머피는 병동 사람들을 위한 파티를 연다.

그리고 자기 여자친구? 파트너? 를 좋아하던 어버버버 소년을 위한 여자와의 추억을 제공해준다.

캐나다로 떠나자. 캐나다로 떠날꺼야. 는 말은 잠시 대기시키고.


*머피는 아직 젊고 미래를 꿈꿔야 할 소년에게 함께 가자고 한다. 하지만 소년은 아직 준비가 안되있다고, 병원을 나가 사회를 접할 준비가 안되어 있다며 우물쭈물 어쩔 줄 몰라하기에.. 소년을 억지로 끌어낼 수 없다고 생각하며 대신 작은 선물을 주고자 했던 것이다



즐겁던 파티는 끝이 났고 아침이 밝았다. 머피와 모두는 술에 취한 채.

랜슬랫이 출근을 하고 있다.


-파티는 끝이 났지만..작은 한발자국에 박수를


랜슬랫의 등장과 함께 환자들은 마치 관성의 법칙처럼 일상으로 돌아갈 준비를 한다.

머피를 제외한 여자와의 잠자리 선물을 받은 소년도 마찬가지.


랜슬랫은 모든 것을 정리하고 원래대로의 자신에게 익숙하고 편리한, 자신의 권력이 허용되는 기존체제로 돌아가려고 한다.

하지만 머피는 창문의 열쇠를 아직 손에 쥐고 있었고, 그의 곁에는 언제부턴가 보드가드처럼 거구의 인디언도 있다.


창문을 열고 드디어 창 밖 새로운 세계에 발을 디디려는 순간.. 어디선가 찢어지는 듯한 좌절에 섞인 비명소리가 들려온다.

머피는 자신의 손목을 그은 소년을 발견하고.. 절규한다. 그리고 랜슬랫의 목을 조른다.


*빌리라는 소년은 작은 선물에 신이 난 상태로 아침과 랜슬랫을 만났지만. 랫슬랫의 한마디에 좌절하고 만다.

바로 엄마한테 이 사실을 말하겠다고. 엄마가 실망할테지만 어쩔 수 없다고.


그런 랜슬랫에게 잘못했다고. 제발 말하지 말아달라고.. 모든지 하겠다며 엎드려 비는 빌리에게는

엄마의 실망한 표정이 접하는 것이, 엄마에게 버려질 수 있다는 무서움이 죽음보다 두려웠던 것이다. 


마치 우리나라에서 수능을 못봐 자살하는 고등학생들처럼.



-너.. 꼭 그렇게 해야만 했냐?! 너희 체계속에 있겠다는 아이를 그렇게 밟아야만 했어?



그리고 다시 정신병동의 일상.

사람들은 뉴스 가십거리 처럼 머피에 대한 소문들을 듣고 있다. 

도망가다 잡혀서 교도소에 갔다드니, 멀쩡히 잘 살아 있다드니..

자신이 믿고 싶은 우상으로, 또는 자신을 위로 할 수 있는 대상으로.



한밤 중 누워 창 밖을 바라보던 인디언이 소리에 시선을 돌린 곳에는

침대에 누워 실려오는 머피가 있었다. 정신이 나가 있는 머피가.

자세히 보니 머피의 이마 윗쪽으로 절개자국, 수술자국이 있다.

뇌수술을 하여 인격을 없앤 것. 정상이였던 머피를 정신병원에 어울리는 사람으로 만든 절대 힘.


-인디언은 친구였던 머피를 뜨겁게 안고



인디언은 머피를 이 좁은 병원이라는, 머피가 져버린 사회 안에서 꺼내주기로 한다. 영혼만이라도.

조용히 베개를 들어 머피의 얼굴을 누른다. 하지만 강력하게. 머피는 생존의 본능에 따라 발버둥치지만 이내 멈추고 만다.



그리고 머피가 들지 못했던 개수대를 들고 와 머피가 탈출하려다 말았던 철창에 잠겨있던 창문을 부셔버린다.

그리고는 세상 밖으로 발을 내딪는다.


-대리석 개수대란.. 참 무거워서 철장도 부술 수 있는게 의미하는게,

권위와 힘을 대표하는 대리석이라서 기득권 세력의 틀을 부술 있다는 의미인 것 같기도. 

힘이 없으면 힘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 같기도?^^



나는 머피가 희망없는 할렘가에 나타난 예수, 또는 숨막히는 기숙사 안에 나타난 산타같은 느낌이였다.

본인이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간에, 그 고여있어 침전되어 가는 사회에 작은 파동을 일으키는 돌멩이였다.

누군가에게는 살아갈 희망을 선물하는 히어로기도 했지만, 누군가에게는 체계를 뒤흔드는 절대악이기도 했다.

결국 자신도 틀을 깨고 나아가진 못했지만, 누군가의 발판이 되어주었다.


머피는 총 4번(#1.인디언의 도움으로 담장을 넘어가서 #2.요트나고 낚시갔다 올 때 #3.친구들이 술가지고 왔을때 #4.랜슬랫 온 후 창문으로) 탈출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못했다. 하지 못했든, 하지 않았든. 


나는 이걸 보면서 머피 역시 누군가에게는 히어로겠지만, 다른 사람들처럼 알을 깨고 나가기 두려워했던 아무리 다르다고 해도 결국은 그 속에 속해있는 군중 중 한명이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그런 맥락에서 병동 사람들도 머피를 통해 삶에 소소한 즐거움을 느끼고, 희망을 어렴풋이 보며, 삶에 주체이고자 하는 욕망을 이전 보다 아주 조금 보인다. 다만 그게 다다. 그 이상으로 행동을 하고 싶은 의지도 용기도 무모함도 가지고 있지 않다. 지금의 틀을 깨고자 하는 것은 어쨋든 익숙하고 편안했던 현재의 알을 깨어버리는 것이고, 그 보호막은 다시 생기지 않는 채로 맨몸으로 새로운 환경과 낯선 위험에 맞닥뜨려야 하는 것이다.


또한 사회의 틀과 자신의 껍질은 환경적인 이유보다는 본인이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정신병원에 감금되어 있는 사람은 없지만, 정신병원을 떠날 생각이 없는 사람들처럼.

사회가 규정되어져있다는 핑계로, 사회의 틀과 통념이 너무 강력해 자신도 그것에 속박되어야만 해서 불만족스럽다는 사람들처럼. 

*그건 그냥 그게 편하고 좋은거다. 위험을 감수할만큼 크게 불만족스럽지 않은거다 머피나 돈키호테보다는 훨씬.


사실 수동적으로 살아가는 것이 가장 편안하기에 사회가 규정해놓은 틀 안에 자신의 몸과 사고방식을 맞추고 그에 순응하면 된다.

사회가 루저라면 루저인거고, 사회에서 인정해주면 성공한거로 생각하며 사는게 가장 편하기에 대부분이 그렇게 한다.


하지만 그런 기준으로 불만족스럽지 않게, 행복감을 느끼며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루저와 인정의 기준은 무엇인가?

사회의 기준, 외부의 시선을 기준으로 잡고서 행복해지는 매우 어렵지만, 자신이 주체적으로 기준을 만들어가면 행복해지기는 어렵지 않다. 

하지만 사회와 외부의 시선으로부터 오는 충돌은 감내해야하는거지.


영화에서는 환자들은 머피가 무슨 행동을 하기만 바라고 있지만,

막상 머피가 행동을 하자고 하면 준비가 안되었다느니, 아직 때가 아니라느니 하며 미적지근한 태도를 보인다.

히어로는 바라지만, 그와 함께 위험을 감수하고 싶지는 않은거지.

참 교만하고 이기적인 것이 군중심리, 대중으로 남고 싶은 마음인 것 같다. 


-딱 봐도 머피만 눈의 띄지 않는가? 혼자 칼라다. 블랙에 블루



마지막으로 영화이야기 조금 더 하면,

엄청 재밌었다. ㅎㅎ 꽤나 유쾌하게 웃으면서도 봤었다.


정신병동의 다양한 캐릭터들이 꽤나 살아있었다. 의욕없던 인디언이 머피의 지시?에 따라 골대 밑에서 손을 들고 서 있다가 머피가 패스한 공을 툭 받아 툭 던져 골을 넣는 장면이나(머피의 파이팅에 죽어있던 인디안이 슬슬 걷다가, 조금씩 빠른 걸음으로 뛰게된다. 미소를 살짝 머금은 채), 계속 춤추며 돌아다니는 것이 정신병인듯한 할아버지(하루 종일 왈츠를 추는것도 정신병인건가.. 그러기엔 너무 좋고 행복해 보였는데 말야..) 등등 각 캐릭터들이 꽤 많은데도 잘 살아있었다.


그리고 희망없는 삶에서 희망을 꿈꾸는 일탈, 그리고 병원의 배경, 힐링포인트들도 있는 영화여서 노킹 온 헤븐스 도어도 생각났고, 체계를 벗어나고 싶지 않은 군중심리를 그린 동물농장도 생각났다. 그리고 사람의 인격을 조절하는(뇌 수술로) 스탠리 큐브릭의 시계태엽 오렌지도 생각이 났다. 마지막 20분 전까지는 힐링포인트와 풍자와 유머가 들어있는 전체관람가였다가.. 마지막 20분에서 암울함과 좌절감이 가득한 19세 영화로 클라이막스로 고조되는 느낌?


잭 니콜슨의 연기는 과히 압권이였다! 괜히 명배우로 남아있는게 아닌 듯! 이 캐릭터가 스탠리큐브릭의 샤이닝으로 연결되는 것도 같고.



알을 깨고 나오지 못하는 게 아니야. 알을 깨고 나오고 싶지 않은거야.



ps. 여자간호사와 의사는 다 백인, 남자간호사는 다 흑인.. 그때 그시절엔 그랬던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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