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추억과 미련과 함께 #드라이브 마이 카

그냥 그렇게 앞으로 #드라이브마이카
#무라카미하루키 의 단편집 #여자없는남자들 에 나오는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
가후쿠에게 아내 오토는 사랑하는 연인이자 아픔을 함께 한 가족이고 예술을 함께 만들어가는 동지였다. 그런 소중한 아내를 누구보다도 사랑했지만 아내는 그런 가후쿠를 남겨두고 어느 날 갑자기 이 세상을 떠났다.
가후쿠는 마지막에 아내가 하려는 말이 무엇인지 두려웠다. 헤어지자는 말일지 자신의 외도를 고백하려는 것일지, 아니면 또 다른 고백일지. 그러나 이제 그 말도 들을 수가 없었다. 다만 아내가 남겨놓은 연기를 녹음한 테이프와 오래된 자동차 뿐.
가후쿠에게 #안톤체호프 의 #바냐아저씨 는 떨쳐내지 못한 아내에 대한 미련이자 자기 자신이다. 그 극을 연습하고 연기하다보면 아내에 대한 그리움을 넘어선 자신의 모든 감정이, 추함까지도 모두 드러나기에 그것을 가후쿠는 외면하고 싶어한다.
그건 15년 된 가후쿠의 빨간 차 역시 마찬가지다. 아내와의 결혼생활을 함께한 아내와의 모든 추억이 담겨 있는 빨간 차를 운전하는 것, 그리고 그 차에서 아내의 녹음 테이프를 듣는 것은 아내에 대한 기억을 잊지 않겠다는 가후쿠의 의지이고 미련이었다.
그러나 아내는 없다. 가후쿠에게 의문점만을 남겨둔 채 사라졌다.
가후쿠를 찾아온 아내와 외도한 젊은 배우도 그녀를 추억하고 있다. 가후쿠와 함께 그녀와 함께했을 때 찬란했음을 기억하고 다시 한 번 느끼고 싶어했다.
가후쿠는 그에게 자신이 맡았던 '바냐아저씨' 의 바냐를 맡게 한다. 그가 스스로 자신을 들여다보길 바라는 마음과 그가 자신의 10분의 1이리도 고통스럽길 바라는 마음에서 였을 것이다.
그러나 이 어떤 것도 사라진 그녀를 다시 불러올수도 그녀가 오르가즘과 함께 읇던 이야기도 다시 들을 수 없었다.
아마 그녀, 오토는 자신의 허전한 가슴을 메우기 위해 여러 남자와 섹스를 하며 이야기를 써 내려갔을 것 이다. 그건 자신을 위함이기도 하지만 자신이 사랑하는 가후쿠에게 돌아가기 위함이였기도 할 것 이다.
첫사랑 소년에게 다가가고 싶어 남몰래 그의 집에 침입해 그의 물건을 훔쳐가고 자신의 흔적을 남몰래 남기던 소녀처럼. 들키고 싶지 않지만 사실 알아주었으면 하는 소녀의 마음일 것 이다.
극 중 고도를 기다리며, 바냐 아저씨 연극을 다국적 언어(수화까지도)로 연기하는 것 역시 대화하고 있지만 소통되지 않는 것. 또는 서로 알아듣지 못하지만 소통하고 있는 것을 뜻하는 듯 하다. 소통하고 있지만 전혀 통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과 반대로 마음만 같다면 대화와 상관없이 통할 수 있다는 것.
가후쿠는 자신의 차를 미사키에게 맡긴다. 미사키가 운전하는 자신의 차를 타고 미사키가 잃어버린 그곳으로 가후쿠는 향한다.
때로는 자신의 미련과 기억을, 추억까지도 누군가 다른 사람에 의해 떠나보낼 수도 있음을. 그리고 나 뿐만 아니라 미사키 역시도 그러했음을.
아내, 오토가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오토가 없는 이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선 함께한 무언가도 떠나보내야 한다는 것을.
내가 생각하는 오토가 가후쿠에게 하고 싶던 말은.
자신의 나약함과 공허함을 가후쿠에게 드러내고 싶었을 것 같다. 그렇게 자신을 제대로 바라봐주고 다시 사랑해주길 바랬을 것 이다. 짝사랑하는 소년의 방에서 징표를 남기고픈 소녀처럼.
가후쿠는 오토를 이미 그렇게 받아들이고 사랑하고 있었기에 둘은 더욱 오래 이어질 수 있었을텐데.